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BBK주가조작 사건 및 위장취업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21일 마침내 정치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였으면'하는 '가정'이 공식 언급됐다.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는 이날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였다면 출마하지 않았겠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에게는 이명박 후보에게 제기되는 여러 문제가 제기되기 어려웠을 만큼 그 상황에서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의혹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을 포함한 시중 민심에는 '아이구, 박근혜가 됐으면 아무런 문제없었을 텐데'라는 한탄이 흘러나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어느누구도 이러한 안타까움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이날 직접 이런 심정을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터뜨리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질문과 답은 이명박 후보가 현재 처한 상황이 매우 어렵고 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표의 위상이 아직까지 상당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회창 후보로서는 이날 발언으로 박 전 대표와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속시원하게 풀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의 이런 발언이 너무 전략적으로만 해석될 경우 오히려 반감을 초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회창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정직하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거짓말을 하고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사고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도 힘을 모을 수도 없다"고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다.

이회창 후보는 이어 "지금 지지도를 보면 걱정 없을 것 같지만 이런 식으로 시대의 변화를 읽고서 정권교체가 되겠냐고 (국민들이) 걱정하기 시작하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같은 상황으로 정권교체가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설령 그런 방향으로 간다고 해도 그것이 온 국민이 기대하는 방향인가를 고민했다"며 "그래서 많은 욕을 먹고 폭풍처럼 비판을 받았지만 대의를 위해 나 자신을 버렸다"고 대선출마 명분을 밝혔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창업주'라 할 수 있는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결과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이날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창당 10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17대 대선 필승'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는 물론이고 박 전 대표는 이날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아 '반쪽' 행사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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