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승강장 곁에 있는 신문 가판대를 더러 기웃거리곤 한다. 직업상 생긴 버릇이리라. 오늘도 신문 1면들을 이리저리 보다가 <조선일보> 기사 하나에 시선이 잠시 멈췄다. 박근혜와 안철수 지지율 기사였는데, 양자대결에서 박근혜가 안철수를 앞질렀다는 것이었다. 대체 박근혜가 얼마를 앞섰길래? 그리고 이게 뉴스감인가도 싶었다.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스마트폰으로 해당기사를 꺼내 읽어보았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일 실시한 제6차 정치지표 조사결과인데, 두 사람의 가상대결에서 박근혜 47.2%, 안철수 42.1%로 나타났다고 했다. 격차는 5.1%p로 오차범위 내인 셈이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박근혜가 안철수를 앞선 것은 작년 9월 중순 이후 7개월 만이라고 했다. 참고로 이 기간에 4.11 총선이라는 ‘빅이벤트’가 있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7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박근혜-안철수 지지율 관련 기사

회사에 출근해서 아침 기사들을 훑어보다가 박근혜와 안철수를 다시 만났다. 따로 만난 게 아니라 앞서 <조선일보>처럼 둘을 묶어서 쓴 기사였는데 역시 지지율 비교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대선 양자대결에서 박근혜가 안철수를 앞질렀다는 것. 박근혜는 0.8%p 상승한 47.9%, 안철수는 1.2%p 하락한 45.7%로 둘 간의 격차는 2.2%p라고 했다. 이 정도라면 누가 누굴 이겼다고 할 것도 못된다. 

작년 후반기 이후로 대선후보 가운데는 박근혜-안철수-문재인이 ‘3강 체제’를 이루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중반기 이후 한동안은 박근혜가 1등을 하더니 작년 10.26 서울시장 재선거 이후에는 안철수가 1등으로 치고 올라왔다. 그러다가 문재인이 SBS ‘힐링캠프’에 나온 이후 이번에는 문재인이 1등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하고 있다. 이런 형국에서 누구누구 ‘대세론’을 말하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런데 이들 ‘3강’의 성적을 동일한 잣대로 재는 것은 곤란하다고 본다. 말하자면 누구는 50미터 앞에서 출발한 반면 누구는 50미터 뒤에서 출발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좀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이런 식이다. 박근혜는 국회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는 집권여당의 사실상 주인이다. 금배지만도 150명이나 되며 전국적인 정치조직과 거대한 기득권을 갖고 있다. 또 이미 십 수년째 정치를 해왔고 부친의 후광에다 유권자의 40%에 가까운 보수층은 거의 ‘무조건’ 그를 지지하고 있는 판이다.  

반면 안철수는 ‘맨손’이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정치조직은 아직 없다. 정치는 아직 정식으로 입문도 하지 않았으며, 그의 부친이 그의 정치활동에 큰 힘이 되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경력이래야 ‘안철수연구소’를 세워 오늘에 이른 것과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대학교수를 맡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간 책 몇 권을 냈지만 대부분은 전문서적이어서 자기홍보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는 보기 어렵다. 단지 지난해 법륜스님과 함께 했던 ‘청춘콘서트’는 그나마 제법 성과 있었다고 생각된다. 

박-안 두 사람을 군인으로 비교하자면, 박근혜는 대규모 병력과 중화기로 중무장한 정규군 부대의 총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안철수는 겨우 단독군장(소총과 대검 하나만 무장) 차림의 ‘비정규 게릴라’에 불과한 셈이다. 그것도 여럿이도 아닌 혼잣몸인 셈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박근혜가 안철수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지른 것이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인가? 이 정도 지지율이라면 박근혜 측은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어야할 일 아닌가? 사단 병력 풀어서 7개월만에 겨우 게릴라 1명 잡고서 우쭐대는 꼴이라니... 

안철수를 특별히 띄우려는 게 아니다. 있는 사실로만 얘기하자면, 그는 아직은 정치바닥의 경험도 없고, 유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제대로 된 공약을 내건 것도 없다. 다만 그가 살아온 지난날이 사회적으로 존경받아 마땅하고 그로 인해 국민적 신뢰감이 일정부분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느린 행동은 물론 말조차 어눌해 보일 정도로 정치적으로는 세련돼 있지 못하다. 그런 그가 현 판세만을 놓고 볼 경우 '살수대첩'에서 수(隋)나라 30만 대군을 쳐부순 을지문덕 장군보다 전과가 더 낫다고 한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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