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내려야 할 정치권의 안이(安易)함

2008년 2월 11일. 민족(民族)의 명절(名節) 설(구정)을 갓 넘긴 월요일 이른시각이었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한 시간들이 짧게만 느껴지는 여명(黎明)에 배달된 조간신문 1면을 통해 ‘숭례문에 화재(火災)가 발생했는데 1시간만에 진화(鎭火)됐다’는 활자(活字)가 졸린 눈가를 스쳤다. 습관(習慣)처럼 TV를 켠 순간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의 모습이 방금 스친 기사내용과 오버랩 되면서 남의 나라 얘기처럼 전파(電波)를 타고 뇌관(雷管)을 지나 심장(心腸)에 꽂혔다. 형용(形容)할 수 없는 충격(衝擊)과 비통(悲痛)함에 눈을 의심(疑心)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임흥빈 전남도의원

근조(謹弔)! 숭례문의 역사를 더듬어 본다. 1394년(태조 4) 창건(創建)되었으나, 1447년(세종 29)에 개축(改築)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1479(성종 10)에도 대규모 보수공사(補修工事)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이후 1962년 12월 20일 국보(國寶)1호로 지정된 현존(現存)하는 한국 성문(城門) 건물로는 가장 규모(規模)가 큰 목조건축물(木造建築物)이다.

남대문(南大門)으로도 불리는 숭례문. 오욕(汚辱)의 역사(歷史)와 함께 하기에 더더욱 서럽게 다가서는 국보1호였다. 1907년 일본(日本) 황태자(皇太子) 요시히토 친왕(親王)이 서울을 방문(訪問)하면서 ‘비루(鄙陋)한 문을 통과(通過)할 수 없다’(일설은 고개를 숙이고 통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문(門)의 좌우(左右)를 헐고 지나간 이후 급속도(急速度)로 성벽(城壁)은 허물어져 나갔지만 옆으로 긴 2층 누각(樓閣)의 외관(外觀)과 견고(堅固)한 성문(城門), 그리고 직선적인 처마선 등이 조선(朝鮮) 초기(初期) 건축의 건실(健實)함을 나타내고, 새 왕조(王朝) 신수도(新首都)의 대문으로서 당당한 위엄(威嚴)을 지니고 있다.
 
 또한, 후기(後期)에 세워진 동대문(東大門)과는 달리 옹성(甕城)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방어(防禦)의 목적(目的)보다는 도성(都城)의 주입구(主入口)로서 상징성(象徵性)이 강한 숭례문(崇禮門).

수갈래의 소방호스 물줄기가 특수(特殊) 방수처리(防水處理) 된 기와(起臥)지붕을 향해 쏘아올려지는 속에서 무려 5시간여를 버티던 거대(巨大)한 민족의 혼(魂)이 소리내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화면(畵面)을 통해 방영(放映)되면서 현장(現場)을 지켜보던 이들의 안타까운 외마디 탄식(歎息)도 함께 쏟아져 내렸다.

이후(以後) 전장(戰場)의 폐허(廢墟)처럼 변해버린 숭례문을 두고 문화재청(文化財廳)과 소방방재청(消防防災廳), 중구청이 화재원인(火災原因)을 서로 전가(轉嫁)하는 복잡(複雜)한 양상(樣相)으로 번지면서 급기야(及其也) 정치권까지 나서서 4월 총선(總選)을 겨냥한 정치공세(政治攻勢)의 마당극까지 선보이고 있으니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심정(心情)이 복잡다난(複雜多難)할 밖에.

▲ 불타버린 숭례문     © 신안신문

이명박당선인의 취임(就任) 보름을 남기고 소실(燒失)된 국보1호 숭례문. 총선을 불과 2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時點)에서 당선인(當選人)의 악재(惡材)요. 전세계(全世界)에 우리의 문화재 화재진압(火災鎭壓) 무능(無能)의 현주소(現住所)를 적나라(赤裸裸)하게 생중계(生中繼)로 보여 준 대한민국 치욕(恥辱)의 날로 기억(記憶) 될 것이다.

불똥이 잘난 정치권(政治圈)으로 간다. 지난 2005년 강원도 양양의 천년(千年) 고찰(古刹) 낙산사(洛山寺)가 산불로 대부분 불타면서 보물(寶物)479호인 낙산사 동종도 함께 사라졌을 당시 정치권은 화마(火魔)로부터 문화재를 지켜야 한다며 법석(法席)을 떨었으나, 달라진 건 차치(且置)하고 국보1호까지 태워 보내고 ‘내 탓이요’하는 정치인 한명 없다. 입법(立法)을 통해 엄격한 문화재관리 책임(責任) 소재와 적절(適切)한 예산편성(豫算編成)을 주문(注文)하지 못한 정치권이 금번 화재로부터 과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인가. 국민들로부터 극도(極度)의 기피대상(忌避對象)으로 정치권이 꼽히는 이유(理由)가 바로 여기에 있음이다.

요즘 인기사극(人氣史劇) 대왕세종을 통해 세종(世宗)은 ‘백성(百姓)의 안위(安慰)를 위하는 것’이 정치(政治)라고 진단(診斷)하고 있다. 다가오는 4ㆍ9총선을 겨냥한 선량(善良)들의 달음박질이 시작되었다. 12일 현재 7개 선거구인 광주는 61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평균 8.7대 1을 넘어섰고 전남은 88명이 등록(登錄)해 6.8대 1을 기록(記錄) 중이다. 선거구 획정(劃定)이 변수(變數)이긴 하나 현 상태(狀態)로 보면 평균(平均) 10대1 전후의 경쟁률(競爭率)이 예상(豫想)되고 있다.

여의도(汝矣島)를 향해 질주(疾走)하는 예비후보(豫備候補)들. 당락간(當落間)에 기성(旣成)정치판에 물들지 말고, 잿더미 위에서 복원(復元)을 기다리는 숭례문 1층 누각(樓閣)의 심정(心情)을 초심(初心)의 기준(基準)으로 삼으면 어떨까.

사족(蛇足)을 단다. 1989년 마련된 지방자치법(地方自治法)에 의해 1991년 기초의원선거와 광역의원선거(廣域議員選擧)가 있은 이후 국회(國會)는 국회의원 1인당 7명의 정규(定規) 보좌인력(補佐人力)과 국회 인턴제 2명 등 총 9명의 보좌인력을 국가부담(國家負擔)으로 운용(運用)하고 있다. ‘비대(肥大)해지는 자치단체장(自治團體長)의 권한(權限)과 살림을 효율적(效率的)으로 견제(牽制)ㆍ감시(監視)하는데 최소한 급여(給與) 100만원 상당의 인턴보좌관 1명이라도 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는 광역지방의원들의 읍소(泣訴)에는 빗장을 걸고, 자신들의 선거(총선)때만 되면(나중 생각해서 알아서 기는 경우도 많지만) 잘도 ‘줄’을 세운다.

‘차라리 내집이 불탔으면 좋겠다’고 탄식(歎息)하는 시민의 절규(絶叫)부터 ‘숭례문대신 차라리 국회의사당(國會議事堂)이 불탔으면’하고 망연자실(茫然自失)해하는 대다수 민초(民草)들의 타는 속내를 공천(公薦)에 올인한 정치권인사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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