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일찍이 기만과 호도된 여론이 지배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호도된 여론(doxa)으로부터 진리(episteme)를 구분해 내 주고자 했다.

진리를 절대적으로 구분해 낼 수 있다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절대적 진리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진리에 관한 논란이 떠 오른 건 최근의 '개혁공천론'을 보면서였다. '무지한 자의 파괴와 교활한 자의 기만'이 개혁공천으로 불리고 있다.

무엇이 진실이든 개혁공천이라 불리는 효과가 중요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따지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개혁공천 운운하는 것이 실제 총선 전략에서 실리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정치권을 혐오하는 국민들은 기성 정치권을 파괴하는 박재승의 공천심사에 박수를 보냈다. 통합민주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더욱 환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통합민주당을 지지한 것일까, 통합민주당의 파괴에 박수를 보낸 것일까? 공천 내용 이전에 일단 파괴하는 것만 보고 개혁공천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일면 타당하다. 대안은 기득권을 파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재승의 파괴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파괴였다.


실체적인 파괴보다도 당의 정체성과 분위기 자체를 실종시킨 것은 더 컸다. 파괴의 벌판에서 이제 손학규-박상천은 상식을 초월한 이권 챙기기를 했다. 개혁공천이라며 추겨 세웠던 언론들도 손-박의 담합공천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박재승의 개혁공천 효과를 까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손학규-박상천의 비례대표 담함공천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논평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개혁공천이라 불린 박재승의 공포와 파괴가 손-박의 담합공천을 가능케 했다. 비례의 담합 공천으로 박재승 효과에 찬물을 끼얹었던 것이 아니라, 박재승의 파괴가 담합 공천의 환경을 만들었다.

박재승의 공천과정을 통해서 통합민주당이 무주공산의 공황상태가 되었고, 그 속에서 상식을 초월한 담합 공천이 가능했다.


무지한 파괴를 바탕으로 교활한 기만이 활개를 친 것이다.


그래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선거나 경쟁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한나라당의 끝없는 실패로 인해, 아니면 역사에서 그런 경우가 종종 목격되듯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무엇이 좋은 것인가, 무엇이 정의로운가, 또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온다. 결국은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경험론자의 주장으로부터, 이성론자, 또 상대적 도덕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장들을 되짚어 보게 된다.

개인에 따라, 지역에 따라, 세대에 따라, 문명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다를 것이다. '무지한 자의 파괴와 교활한 자의 기만'도 나의 이익에 따라 판단한 상대적인 진실에 불과한 것인가? 또 총선 결과에 따라 다른 평가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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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4월 2일자로 창간해 10만부를 발행하는 서남권신문http://sn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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