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물갈이' 이룬 정치권…승자는 누구?
한 달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팽팽한 기싸움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지텃밭인 호남 물갈이까지 감행한 통합민주당의 실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려 있다. 공천을 둘러싼 내홍을 여야 모두 겪고 있는 분위기지만, 상처를 입은 병사(?)들은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 총선정국을 둘러싼 갖가지 변수들은 민주당에 어떻게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모두 '현역 물갈이'를 단행하면서, 공천 혁명의 구색은 갖추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총선 판도의 대규모 변화도 점쳐지고 있다.
여야 모두 공천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공천에 대한 평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친朴' 탈당 러시…당 외곽 창당 조짐…억울한 '친李' 인사들까지 반발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특히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경우, 상대의 성과여부에 따라 반사이익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상대진영의 분위기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통합민주당이 박재승 공심위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공천혁명이 민주당에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 지를 두고 관심이 쏠려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과거와 비교해볼 때 일단 민주당의 공천과정이 조심스럽지만 상대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친이'와 '친박' 세력 간 심각한 갈등국면이 도래하면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맘껏 분열하라?

한나라당의 분열양상이 심해질수록 통합민주당은 총선전략 수립에 있어 한결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공천과정에서 '친이' 대 '친박' 구도로 갈등이 이어져왔지만, 현역 물갈이가 현실화되면서 '친박' 간에도 공천을 받은 자와 못 받은 자 간에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 의원들도 억울해하며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한나라당 지도부의 표정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들 대부분이 무소속 출마 및 선진당행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한나라당의 표심을 분산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무소속 연대' '박근혜 신당' 등 공천에서 버림받은 의원들이 당 외곽에서 어떠한 식으로라도 연대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대선 직후까지만 해도 4·9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승리 직후 회동을 통해 '박근혜 달래기'까지 효과를 거두면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우려했던 계파 간 공천갈등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통합민주당은 총선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한나라당 운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긴 했지만, 친박 의원들 간에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거취를 정하기 난감한 상황이 됐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이 한나라당 총선 필승전략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박 대표가 탈당을 감행하지 않고, 잔류를 택한다고 해도 지원유세를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거취와는 상관없이 공천에 탈락한 이규택·서청원 등 '친박' 인사들은 신당창당을 추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신당 창당의 경우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만큼 기존 정당에서 당명을 바꾸는 방법을 가지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신당 창당이 현실화될 경우 '친박' 인사들을 제외한 '친이'측 공천 탈락인사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박근혜 전 대표까지 가세할 경우 상대편인 민주당에게는 엄청난 호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도권 잡는다면 OK!
마찬가지로 '공천 물갈이'를 단행한 통합민주당 역시 공천갈등 조짐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매 총선 때마다 나왔던 갈등을 감안하면, 성공적으로 공천혁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주 CBS와 리얼미터가 조사한 주간 여론조사 정당 지지율면에서도 한나라당은 54.0%로 전주 대비 0.7%p 하락했으나, 지난주 하락했던 통합민주당은 전주 대비 2.2%p 상승한 19.2%로 나타냈다.
이는 한나라당의 공천 간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시점과도 들어맞고 있어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전이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다.
孫·鄭 선봉으로 수도권 올인 하는 민주당…추락했던 당 지지율 오름세 전환


한편 통합민주당이 수도권에 사활을 걸고 배수의 진을 치면서, 한나라당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호남 물갈이는 대체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나라당을 견제할 만한 의석 확보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도권 지역의 선전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다.

이미 지난 3월12일, 손학규 대표는 서울 종로구에, 정동영 전 대선 후보는 전북을 벗어나 서울 동작을에 나서겠다고 천명하며, 수도권에서 선봉에 설 것을 다짐했다.
이들 지역 외에도 현재 당내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전략 공천지로 언급되는 곳은 서울 중구, 강남갑, 서초갑, 서대문을, 영등포을, 구로을, 용산, 광진갑, 성북갑, 성북을, 송파을, 관악을, 중랑갑, 경기 고양 덕양갑, 수원 장안 등이다.

특히 민주당은 '물갈이' 흐름 속에서도 수도권만큼은 현역 교체비율을 최소화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민주당 2차 공천 발표 결과를 살펴보면 수도권 공천 탈락 현역 의원 6명 중 수도권은 이근식(서울 송파병), 김형주(서울 광진을), 김영대(서울영등포갑), 이원영(경기 광명갑) 의원 등 수도권 공천 신청자 33명 중 탈락자가 4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미 현역 의원 30% 물갈이가 실현된 호남권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이 공천 경쟁률도 적고 인재가 부족한 민주당 현실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도 있지만, 수도권만큼은 물갈이를 최소화해 지역에서 지지기반을 다진 현역의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한편 '한나라당 대항마'의 특명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수도권 지역의 '인물난'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공천도 주목된다.

'물갈이' 메스 함께 들이댄 한나라·민주…총선에서 수술결과 증명될 듯
통합민주당 당규에 명시되어 있는 지역구 전략공천 지역은 전체 245곳 중 30%(73곳) 이내에서 선정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공심위원장과 양 공동대표가 합의해야만 최종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20곳 정도가 전략 공천지로 확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서울 구로을, 성북갑, 광진갑, 관악을, 동작을, 노원병 등 현역 의원이 18대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 6곳이 포함되기도 했다.

한편 지역구 공천 심사과정에서 우선 배제됐던 금고 이상 전과자의 전략공천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전략공천을 두고 구민주당과의 계파 간 갈등과 박재승 공심위위원장과의 마찰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사활을 걸고 있는 '수도권 필승전략'을 위해서는 유연한 전략공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손학규 대표의 속내로 보인다.

민주당 '공천혁명' 아프지만 '성공적'…전략공천은 박지원·김홍업도 가능?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역구 공천의 경우 공천심사위원회에 전권을 부여했지만, 전략공천은 당 지도부인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합의해 결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지역구 공천에서 쓴잔을 마셨던 이들의 전략 공천지로의 복귀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손학규 대표는 지난 1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금고 이상 전과자 등 선배제 됐던 이들의 전략공천을 시사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비리 전력자의 전략공천 문제를 다면적·포괄적·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일률적이고 획일적으로 배제된다, 아니다를 얘기할 수 없다"고 밝히며 전략공천의 가능성을 두고도 "박재승 위원장과 합의하면 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두부 모 가르듯이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전략공천 결정에 있어 박재승 공심위원장과 손학규 대표의 합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박지원 전 비서실장, 김홍업 의원, 김민석 의원 등의 막바지 수혈에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현재 정책경쟁이 아닌 공천경쟁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메스를 들이대며 공천 물갈이를 이뤘지만, 매스에 베인 상처는 한나라당이 더 커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4월9일, 양당이 주도한 '공천혁명'이라는 대수술의 결과에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취재 이광표 기자 pyoyoy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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