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1955년~1964년 출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귀농·귀촌이 관심을 받고 있다. 

수십 년 간 지켜온 자리를 후배들에게 내어준 뒤 방황하는 이 베이비붐세대에게 농·어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1997년 한보 부도로 시작된 경제대란으로 인한 기업부도와 금융위기로 명퇴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대부분 창업과 동시에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한 것도 현재 은퇴자들의 선택이 자영업 대신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새마을 운동과 산업화를 주도했던 박정희 정권 시절 대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나섰던 이 세대들에게 고향은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어 회귀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귀농 1번지로 손꼽히는 전남의 귀농·귀촌의 실태를 살펴본다. 

▲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011년 귀농인구 연령대별·가구당 귀농인구수 분석 자료     ©편집국

▲2012년 한해 귀농 3,500명

지난해 다른 도·시에서 전남으로 귀농·귀촌 인구는 2011년 1천474명에서 약 140%증가 한 3천459명으로 집계됐다.  

2008년까지 840명 수준에 머물던 귀농인구는 2009년 924명으로 약간 증가하는 수준이었지만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은퇴(만55세)하기 시작한 2010년은 1,019명, 2011년 1,474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3년 2월 현재 853명이 귀농·귀촌 한 것으로 나타나 올해 귀농인구는 약 5천여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귀농귀촌 가구는 3만여 가구에 이르며 귀농귀촌은 사회적 붐이 되고 있다. 여전히 50대 중반 이후의 베이비부머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30~40대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조사한 2012년 귀농귀촌가구 상반기 현황을 보면 50대가 32.0%로 가장 많았다. 40대가 24.4%, 60대 18.6%에 이어 30대는 13.6%로 조사됐다. 30~40대의 농촌유입은 고령화로 위기를 겪던 농촌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친환경, 마케팅 등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유입되며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도시민 시각에서 농촌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할 수 있는 일’ 정확히 아는 것이 성공귀촌 지름길

귀농·귀촌인 들은 대부분 농어촌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단지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는 것에 목표를 두고 귀촌하지만 막상 자리를 잡고 나면 익숙지 않은 농어촌생활에 실패의 쓴잔을 마시기도 한다. 

2012년 관련조사에 따르면 약 650여 가구의 귀농ᐧ귀촌인구 중 45.8%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이 자료에 따르면 계속 농촌에 있겠다는 의견이 77.3%로 높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17.1%, ‘다른 마을로 이주하고 싶다.’ 2.5%, ‘도시로 돌아가겠다.’ 3% 등 비관적 의견도 상당수 나타났다.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귀농인은 낮은 소득문제와 함께 사업자금 조달, 영농기술 습득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신안군 귀농·귀촌교육에 참가한 신참 농민들이 농업기술센터에서 영농기술교육을 받고 있다.     ©편집국

이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선배 귀농인 들은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없으면 정착하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무안군으로 귀촌해 10년차 농부로 살아가고 있는 조재형씨는 벼, 양파, 고구마 등 경농과 함께 유정란 생산을 하고 있다. 농장을 운영하는 그는 농사를 시작한지 5년 정도가 지나서야 감이 생길 정도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조 씨는 농사는 유망한 일이지만 무턱대고 하면 실패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귀촌하면 대부분 실패한다.”며 “수십 년 간의 노하우가 있는 어르신들의 농사법을 무시하지 말고 먼저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농촌에 들어와서 도시에 있을 때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 자기주장이 강한 젊은 사람들은 마을의 어르신들과 의견차이로 다투기도 한다.”며 “농촌마을은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마을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 문화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농사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므로 농사에 대한 지식을 쌓고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10년 전 영암에 자리를 잡은 문영호씨도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지만 현재는 번듯한 무화과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문 씨는 “단순한 환상을 쫓아 농촌으로 와서는 안 된다.”며 “무엇을 할지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우물을 10년 정도 파다보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원 마인드로 농업을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도시민들이 좋아할 상품을 개발하고 꾸준한 마케팅을 해야 한다. 자기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지원정책 다양화가 귀농귀촌 필수요소

귀농귀촌인이 증가하면서 농림부는 관련 예산을 28% 늘렸다. 도시민 유치사업에 41억 원, 맞춤형 귀농귀촌 교육 21억 원, 농업창업 아카데미 45억 원과 함께 창업 및 주택구입자금 700억 원 등 총 812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의 지원규모가 늘어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귀농ᐧ귀촌인 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남발전연구원 소속 전문가 A씨 “귀농활성화와 정착을 위해서는 정주환경 정비와 확충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농어업 전제의 농림부 지원정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복지부, 문화부, 국토부 등 범정부적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 발굴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귀농뿐만 아니라 귀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농촌지역이 도시 못지않은 장점을 갖추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농촌형 사회적 기업과 일자리창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 법규의 개정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농촌 지원정책을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해 귀농귀촌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농어업에 한정됐던 지원을 농촌에서의 창업으로 확대한다면 다양한 재능을 보유한 비 농업인들이 농촌에서 경제 활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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