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의결권 가진 지방의회 집행부 종속 여전
다문화?저출산고령화 대비 새로운 지방자치 필요
주민감사?소환?투표 등 주민참여제도 완화 여론도

2011년은 지방자치제도가 부활·시행된지 20년째 되는 해다. 지방자치제도는 1995년 자치단체장 직선제 이후 민선5기까지 이어오면서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지방의 자율·창의성 신장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주민들의 기대에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가와 지방, 지방 집행부와 의회의 바람직한 역할상 정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앙부처와 지자체는 물론 지역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의 유기적인 연대·연계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방자치 20년의 실태=올해는 30년간 중단됐던 지방자치제도가 부활 실시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성년이 된 지방자치제에 대한 평가와 국민적 합의는 보다 확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부 지방의회에서 2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세미나를 개최하는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고, 중앙정부와 국회의 반응도 냉담한 편이다. 특히 지방자치제를 통해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얻은 자치단체장들까지도 지방자치제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20년 전과 비교하면 변화와 발전도 상당하다. 자치행정의 민주화와 지역개발 및 주민복지 부분에서는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뤄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20년이나 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중앙과 지방의 제도적 관계는 답보상태라는 진단이 압도적이다. 지방선거에 중앙정당이 전면 개입해 지방선거는 사실상 실종됐고, 의결기관과 집행기관 간의 갈등이 지방자치를 무력화시킨 사례도 빈번하다. 또 지역 주민들을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 넣어었던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 등은 자치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지방자치제도의 시행 이후에도 중앙정부의 수도권 편중정책이 지속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자치제 패러다임 변화=최근에는 세계화, 지방화, 지식정보화 등의 거대한 변화가 지방자치제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교통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그동안 거리와 시간의 장벽이 제거되고, 교류의 흐름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지역의 경쟁력을 중시하게 됐고,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역발전을 통한 국가발전의 동력을 창출하는 창조적 동력으로 지방자치제를 인식하는 등 기존 패러다임을 빨리 전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국가와 지방간에 기능의 전문화 및 사무의 융합시대가 전개되면서 중앙과 지방정부 사이의 관계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지방정부는 국가발전이라는 정치경제적 관점과 정부의 능률성, 효과성을 높이는 관리·기술적 관점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결국,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가 협력하고 지원해서 공동의 노력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밖에 국제교류의 증대와 다문화사회, 저출산고령화의 시대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는 지방자치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의회의 개혁 과제=우리나라 지방자치제 속에서 지방의회에 대한 차별과 냉대 등 자치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첫째는 지방의회의 조례제정권을 과잉통제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헌법규정이나 자치법에서 조례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제정할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어 지역특성을 반영하는 자치법규의 생산을 봉쇄하는 측면이 있다.

지방의회의 권한이 약해 자치단체장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자치단체장의 인사권에 대해서는 사실상 누구도 간섭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최소한 지방자치단체의 이념이나 원리에 따르면 인사권에 대해서도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에서 승인이나 동의 등 기본적인 견제권을 작동시켜야 한다는 게 지방의회 안팎의 목소리다.

지방의회가 자신의 사무기구를 스스로 설치·운영하지 못하고 단체장이나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것도 개선과제로 꼽힌다. 조직이나 인사권을 갖지 못하고 철저히 법령으로 통제받고 있기 때문에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을 침체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시행해 오히려 유능한 인재들의 의회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대목이다.
정당공천제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이익을 강화하려는 제도로 악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공무원 출신이나 전문가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막아서는 대표적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광역의원은 소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르면서 기초의원만 중선거제도를 실시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민참여 관련 제도 개선=주민감사제는 감사기능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시간·행정적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 감사는 독립된 지방감사위원회가 아니라 상급기관에서 하고 있어 독립성의 수준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또 감사결과에 불복한 청구인이 제기한 주민소송에서 대부분 패소하는 사례는 지방공무원의 불법부당이 감사를 통해 확인되더라도 그에 따른 조치가 미흡한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민감사의 청구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주민소송 지원 등 활성화 방안 마련, 주민감사 청구기간 확대 등도 개선점으로 꼽히고 있다. 전남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총 7건의 주민감사가 운영돼 3건은 완료, 1건은 진행 중, 3건은 기각됐다.
주민소환제는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유권자의 고발, 청원, 투표 등의 방법으로 선출직 공직자를 해임 및 교체할 수 있는 장치다. 주민이 직접 통제와 감시에 참여한다는 순기능과 함께 오남용될 수 있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

주민소환제는 소환대상이나 청구에 필요한 서명 비율, 주민소환 금지기간에 대한 규정의 유용성 등 한계가 제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지방의원을 주민소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주민소환 청구의 요건은 서명자의 수를 획일적으로 정하기 보다는 인구를 기준으로 세부적으로 분류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큰 선거구일수록 서명자의 수나 비율을 낮추는 재조정 작업이 요구된다는 등의 방식이다.

주민투표제의 경우, 투표 개표 요건의 적정성 강화, 주민투표의 중앙정치화·정치투표화 지양, 투표 발의 요건 및 투표 대상·성립요건 등 모호한 법 조항의 명확성 확보 등이 개선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